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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다니!/룽띠 임신 일기

임신 20주 서울대병원 [전종관 교수] 초진 쓸데 없이 자세한 후기

by 룽띠맘 2019. 8. 26.

 

강남차 난임센터에서 감사히도 무탈하게 16주차에 졸업을 하고,

한 달 정도 소속 병원(?) 없는 임산부로 버티다가

20주가 되어 드디어 서울대 병원 갓종관 교수님을 만나러 가는날이 됐다.

 

사실 전교수님은 쌍둥이 분만의 명의로 많이 알려져있다.

나는 단태아 임신이지만, 우리 엄마의 강력 추천으로 전교수님을 알게됐고 좀 더 안전하게 출산을 하길 바라시는

부모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엄마는 나를 낳으신 직후, 수혈받는 과정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최악의 경험을 

하셨던터라 불안감이 높으셨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겁이 많고 :) 나이도 적은 편이 아니라 조금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집에서 가까운 강남차를 두고 꼭 서울대 연건병원까지 가야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맘카페에 전종관 교수님을 검색해봤고,

후기는 간단히 말해 "인성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의사" "하루종일 대기할 자신이 있으면 찾아가볼만한 교수님" 이었다.

 

사실 유명하고 명의로 알려진 교수님들은 까칠한 분들이 많으신데,

임산부들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해주신다는 후기들과 기다림에 지쳐도 교수님을 뵙고나면 후회없다는 후기들을 보고

마음을 확실히 굳혔다.

 

+추가로 서울대학교병원 분만팀과 신생아실팀은 어벤저스라고 불린다 ㅋㅋ

 

 

-

 

20주에 전원하면서 나와 같은 결정을 하는 임신 동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적어본다.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나처럼 전원을 하면서 동시에 정밀초음파를 서울대에서 하려고 계획하는 경우!

최대한 빨리 예약을 잡으라는 것이다.

 

나는 16주차에 졸업을 계획하고 17주차부터 예약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밀초음파는 예약제라 첫 진료날 바로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를 너무 호락호락하게 생각했다 ㅋㅋ

 

 

"20주차에 초진보고, 22-23주쯤으로 정밀촘파 예약해달라고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게 오산이었다.

 

-결국, 정밀초음파는 강남차병원에 급하게 예약해서 22주차에 보게됐다 ㅠㅠ

 

 

서울대병원 초진 진행 과정 요약

외과계 수납 창구에서 임산부 등록 후 진료의뢰서 제출 ->

간호사실에서 접수증 받고 소변검사 실시 ->

소변키트 제출하고 몸무게, 신장, 혈압 체크 ->

간호사실에서 예진 설문지를 받아 대기하면서 작성 ->

예진하며 의무기록지 제출 ->

진료실에 가서 내가 왔음을 알림 ->

필요하다면 초음파 진행 ->

다시 진료실에 가서 내가 왔음을 알림 ->

진료

 

 

 

 

- 이제부터 쓸데없이 자세한 후기 -

 

 

 

서울대병원에 도착해서 주차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연건병원은 병원 부지가 오래되어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2차선이고 보행자들과 뒤엉켜 매우 복잡하다.

주차하는 시간을 충분히 잡고 가는게 현명하다.

 

나는 하도 대기시간이 길다는 말에 겁을 먹어서 1시 30분 예약에 12시 40분쯤 도착했다.

 

주차는 동문으로 들어가서 제일 상단에 보이는 암병원 지하주차장에 했다. 

산부인과가 있는 본관에서 멀기는 하지만, 건물 내부로 이동할 수 있어 나는 대부분 암병원에 주차를 한다.

 

서울대 본관 1층에 도착해서는 산부인과 안내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학병원을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선접수 후간호사실 이라는걸 알고 있지만ㅋㅋ

너무 긴장한 나머지 ㅋㅋ 아마추어처럼 먼저 산부인과 간호사실로 들어갔다.

 

간호사님은 이름을 먼저 확인해주고

 

1. 수납창구에 가서 임산부 등록을 하고, 수납을 하면서 진료의뢰서를 제출하라고 알려주셨다.

여기서 중요한 점!

임산부 등록 후 첫 수납은 꼭 무인기계가 아닌 창구에서 직접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주셨다.

 

 

이 곳이 산부인과 수납을 하는 외과계 수납창구:)

점심 시간쯤이어선지 창구가 많이 비어있어 조금 대기하게 됐다.

엄마랑 도란도란 수다떠니 생각보다 금방 감 ㅋㅋ

 

진료의뢰서 제출하고, 임산부 등록이 완료되면 바우처로 수납을 하게되는데,

이때 진료 계산서 윗 칸에 보조구분 : JO6 코드를 확인해야한다.

이 코드가 있어야만 할일이 됐다는 증거다.

 

 

 

2. 수납을 하고 영수증을 간호사님께 제출하면 접수가 되었다는 확인증과 소변검사 키트를 주신다.

지연시간 120분 ... 덜덜..ㅋㅋㅋ

나와 엄마는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ㅋㅋ

 

단백뇨 및 임신중독증과 관련된 항목들을 검사하는 키트로, 앞으로 병원에 올때마다 확인하는 절차라고 한다 :) 

'아 화장실 안들렀다 오길 잘했엉 ㅎㅎ'

 

 

 

3. 키트를 제출하면 13번 방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게된다.

13번 방에서는 혈압과 키, 몸무게 측정이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다른 환자들과 의사샘이 계셔서 사진은 못찍었음

난 다행히 혈압 정상 

 

 

다시 간호사실로 가면,

4. 예진 설문지를 주고 예진실 앞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라고 한다.

 

참고로 예진실은 산부인과 출입문 밖에 위치한다.

 

 

 

번호가 불리면 작은 방에 들어가 비교적 젊은 선생님에게 의무기록지 사본을 제출하고,

선생님은 한 장 한 장 열어보면 열심히 기록해주신다.

중간 중간 기록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이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실때 차근히 대답해드리면 된다.

 

나는 중간 중간 내가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말씀드렸고,

친절히 잘 들어주시고 기록해주셨다.

 

5. 예진이 끝나고 나면 교수님이 계시는 진료실로 가서 필히!!! 기다리다가 방에서 나오는 간호사샘에게 내가 왔음을 알려야 한다!

 

당연히 내가 접수했으니 차례가 오겠지 생각하다가 오랜시간 대기했다는 후기가 많고,

대학병원을 다녀본 결과 간호사샘에게 민망을 무릎쓰고 자주 물어봐야 일 처리가 빨라진다.

 

산부인과 진료실이 모여있는 통로는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의자에 자리가 모자라 벽면에 다닥다닥 서있는 환자분들이 수도없이 많다.

 

교수님 방은 자주 바뀌니, 그 날 그 날 안내받은 진료실 방 번호 앞으로 가면된다 :)

 

접수증에 대기 지연시간이 120분이라는 내용을 보고  엄마와 점심을 먹고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간호사샘에게 내가 왔음을 알리고 상황을 설명하자,

일단 초진에 초음파를 봐야하므로 초음파실에 가서 대기가 길면 밥을 먹고 초음파실로 가고

사람이 없으면 초음파를 먼저 보고 점심을 먹고오란다.

 

공복이 길어 꿀봄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간 초음파실

다행히 대기인원은 없었다.

 

6. 화장실에 들렀다 바로 초음파실에 들어갔고 초음파실에는 두개의 베드가 있었다.

초음파 선생님들은 꽤나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며 초음파를 함께 보고 계셨다.

내가 초음파를 할때도, 한 분은 안에서 한 분은 밖에서 내 초음파 화면을 같이 보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셨다.

뭔가 안심이 되는 기분 ㅋㅋ

 

정밀초음파 예약을 했냐는 말에 아직 못했다 오늘 초진이니 예약을 해달라고 하자,

매우 미안해하시며 이미 한 달 이후까지 예약이 다 차있다고 하셨다....ㅠㅠ

그렇게 되면 정밀초음파를 볼 시기를 놓치게 되니 다른 병원에서 보고오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이때 깨달았다, 정밀초음파를 보면서 전원할 경우 꼭 정밀초음파 보는 주수보다 한 달 전에는 초진 예약을 잡아야하나보다 ㅠㅠ

 

 

내가 너무 아쉬워하니 감사하게도 두분이 같이 들어오셔서 거의 정밀초음파에 준하게 영상을 확인해주셨다.

 

내가 나올때도, "정밀초음파에서 보는거 저희가 한번 쭉 다 봤어요 이상은 없지만 꼭 다른 곳에서 예약하고 확인하세요"

라고 전달해주셨다. 넘나 천사인 것 ㅋㅋ

 

 

 

그렇게 초음파까지 마치고 엄마와 나는 점심을 먹으러 병원 지하로 향했다.

서울대병원 대한외래가 완전 바뀌어서 진짜 쾌적하게 조성됐다.

식당도 많이 생기고 빵집에, 카페까지 ㅎㅎ 얼마 전 연세대 병원 지하가 바뀐거 보고 깜놀했는데 서울대도 많이 발전했군 ㅋㅋ

 

 

엄마는 돈까스 나는 제육덮밥,

제육덮밥은 너무 자극적이고 고기가 매우 빈약했지만 왕돈까스는 크기도 크고 맛있었다.

다음에 가면 왕돈까스 먹는걸로 >_<

 

 

엄마랑 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수다떨다 진료실로 올라가니 마치 짠 듯이 딱 내차례가 와있었다 :) 좋아좋아

 

넉넉하게 잡아서 3시쯤 진료를 본 것같다.

예약시간보다 1시간 30분정도 늦어진듯하다.

이정도면 뭐 양반아니겠어? 다른 후기에는 2-3시간이 기본이라고 하던데 ㅋㅋ

 

 

점심을 대기하면서 먹은게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다.

체감한 대기시간이 확 짧아진 느낌 ㅎㅎ

 

옛날에는 병원 식당들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아서 병원안에서 밥먹는게 꺼려졌었는데,

요즘엔 웬만한 프랜차이즈들이 다 들어와있으니,

대기 시간에 병원내에서 편하게 식사하고 호다닥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랜 과정을 거쳐 만난 전종관 교수님은 두개의 진료실을 오가며 진료를 보고 계셨다.

 

말씀이 워낙 나긋나긋 조용하셨고 (이 때문에 진료보는 말씀이 잘 안들린다는 후기가 있기도 했다 ㅋㅋ)

환자로 하여금 나를 충분히 봐주고 계시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내가 취약X증후군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옆에 있는 메모지에 하나 하나 그림을 그려가면서 진짜 정성껏 설명해주시는데

물어본 내가 죄송할정도 ㅋㅋㅋ

 

엄마가 임신 20주차에는 어떤 점을 조심해야하냐고 묻자

"조심하는걸 조심하세요" "나는 우리 임신부들에게 조심 좀 하지 말라고 합니다"

라고 하시며 수영 등산 여행 운전 다 하게한다. 그런 것들로 조산기가 온다는 확증이 없다 고 말씀하셨다.

맘카페에 들락날락하다보면 작은 것 하나에도 엄청 예민해지고 고민하게되는데

진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ㅠㅠ..

 

 

그렇다고 아주 오랜시간 교수님과 수다 떨듯이 진료를 본 건 아니지만,

환자 말을 잘라먹는다거나 촉박한 느낌이 들게 한다거나, 불필요한 질문을 했다는 민망함을 느끼게 한다거나

하는 태도는 전. 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더불어, '이 분이 우리 꿀봄이를 받아주실(?) 선생님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니

뭔지모르게 그냥 감사하고 안심이 되는 느낌.

지금까지 난임센터와 동네 병원을 전전하던 내게 친정같은 느낌이 드는 첫 순간이었다.

 

 

거의 4시가 다 돼어 병원을 나서면서, 힘들다기보다 앞으로의 임신생활이 기대되고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된 것 아닐까?

 

다음 번 진료는 다음주(25w) 공포의 임당검사 순서다.

 

 

이번 검사때는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포스팅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