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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다니!/작은 집 큰 육아

아이의 틱(tic)과 정면으로 마주한 날..

by 룽띠맘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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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쯤 지속되던 감기 끝에 만 다섯살 된 룽띠가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 자꾸 한숨을 쉬길래, 

"룽띠야 왜 한숨을 쉬고 그래?"

"한숨은 안좋은거야 한숨쉬지마"

 

라고 다그치기를 여러번,

 

 

그땐 몰랐지

그저 어른이 한숨쉬는걸 따라하는건줄 알았다.

 

 


 

 

 

그리고 한달정도 큰 특징없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문든 룽띠를 돌봐주시는 친정엄마가,

룽띠가 어깨를 과하게 들어올리며 숨을 어색하게 쉰다고 일러주셨다.

 

나도 어느정도는 관찰하고 있었기에,

주말동안 병원에 가야지 계획을 했다.

 

 

 


 

 

그 주 토요일, 아이의 몸이 이상했다.

내가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에가서 잠시 쉬는동안 우리에게 공연을 보여준다며

인형들과 장난감들을 줄세우고 발판 위에 올라가 아이패드를 한손에 들고 공연 진행을 하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한쪽 어깨를 계속해서 들썩이며 몸이 활처럼 휘는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느꼈던 그 감정을 잊지못한다.

'뭐가 잘못됐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저녁을 먹이는 동안 앉아있을 때는 크게 이상한 점이 없었지만 과호흡을 하듯 숨쉬었다 종종.

 

저녁 식사 후 티비를 보여주는데 눈에 띄게 어깨를 들썩였고,

오른쪽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는 제스처를 반복적으로 취했다.

 

일단 영상으로 남겨두었다.

 

 


 

 

밤새 잠을 뒤척였다.

수많은 카페의 글들을 뒤적이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 몸을 살피고

바로 소아과를 예약했다.

신생아때부터 룽띠를 봐주신 원장님이라 빨리 진료를 보고싶었다.

 

 


 

가자마자 룽띠와 남편은 밖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룽띠의 영상을 원장님께 보여드렸다. 

원장님은 몇번의 움직임을 보시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셨다.

 

틱 입니다


 

멍했다.

'정말 틱이네? 이제 어떻게 하지..?'

 

생각보다 원장님은 너무 별거 아니라는듯 이야기하셔서 내가 호들갑을 떨기에도 이상했다.

 

 

 

 

"그럼 어떻게 하죠?"

 

"무시하세요. 무시하는게 좋습니다."

 

 

원장님은 모른척 무시하면 지나갈거라고 이야기하셨다.

남자아이들에게 틱은 흔한 증상이라고 하셨고, 짧으면 2주 혹은 길면 몇달을 가는 경우도 있으나

6개월 이상이 지속되면 소아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아야한다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원장님께,

아이가 어떤 학원을 다니면서 그 증상이 시작된 것 같으면

그 학원을 그만두는게 맞는거냐고 물었다.

 

 

원장님은, 정석대로라면 기존에 하던 것들은 유지하는 것을 추천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덧붙여 말씀하셨다.

 

 

요즘 어린이들이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상당해요.
영유에 다니는 친구들도 틱을 많이 경험합니다.
만약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것 같다고 판단되시면, 잠시 중단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나는 룽띠가 영유를 다닌다고 한적도 없는데,

바로 영어관련 기관 언급을 하신것 보니 내가 추측하는 스트레스의 원인인 어학원 문제가 가장 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어학원에 처음 가는 날부터 계속해서 가기 싫다고 울고 힘들어했던 룽띠가 떠올랐다.

한동안 어학원 가기전날부터 극도로 불안해하고

가기싫다고 말하고

유치원까지도 거부했던 며칠간의 일들이 생각났다.

 

유치원 방학하는 날은 아빠가 직접 어학원에 데려다 줬는데,

들어가면서 아빠랑 헤어지기 싫다고 슬프게 울었던 룽띠.

 

남편은 틱 진단을 받은 어제 밤 

그 때 룽띠를 자기 손으로 어학원에 넣고 뒤돌아 걸어왔던 그 날을 떠올리며

슬프게 눈물을 흘렸다.

 

 

 

 


내 아들이지만 룽띠가 어려운 건,

어딜가든 티를 안내고 잘해낸다.

 

 

그래서 어딜가든 선생님들은 눈치를 못챈다.

 

이 아이가 힘들어하는지 하기 싫어하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부모의 기민함이 필요하다.

 

 


 

 

 

 

소아과에서 나와서 종이접기 책을 사고싶다는 말에, 교보문고에 갔다.

 

여기서 나의 불안증이 터져버렸다.

자극이 너무 많은 서점에 가니 아이가 온몸을 춤추듯 움직이며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마치 화장실에 가고싶은 아이처럼 몸을 구부렸다 폈다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 힘들어보였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신나고 흥분이 되니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 같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붙들어 안아서 안정감을 주고싶었다.

 

 

너무 힘든시간이었다.

 

 


 

 

 

교보에서 겨우 나와 밥을 먹으로 가는데 차안에서 눈물이 속절없이 흘렀다.

서점에서 본 나의 아이의 모습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밥을 먹으러가서도 한입도 삼킬수가 없었다.

정말 울고싶지 않았는데 계속 눈물이 흘렀다. 참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무엇 때문에 룽띠가 이렇게 됐을까.

내가 뭘 놓쳤을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식당에서부터 마트에서, 그리고 집에와서는 많이 진정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자주 갔던 익숙했던 공간이어서일까.

룽띠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것들이 없어서일까.

 

서점에서 춤추듯이 온몸을 흔들며 걷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틱과 주로 같이 동반된다는 ADHD까지 의심을 하고 불안했는데,

 

집에와서 집중해서 게임을 하고 

종이접기를 하고 한결 차분해진 모습에 내가 검사를 받지도 않은 아이를

굳이 이유를 만들어 오해하지말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룽띠를 재우며 얼마전부터 시작된 루틴을 시작했다.

책 두권을 읽어주기.

조용하고 최대한 안정적인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많이 안아주었다.

 

룽띠가 물었다

 

엄마 내일도 일찍올거야?


 

 

룽띠가 잠이 들자 참았던 눈물이 또 쏟아졌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어떻게 해야할까.

 

 

 

거실에서 남편과 3시간동안 울다 오열하다..잠시 멈췄다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이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을 10년동안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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