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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다니!/작은 집 큰 육아

첫번째 소아정신과 진료 기록

by 룽띠맘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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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틱 의심증상을 발견한게 3주 정도 되었나?

그다음주에 바로 대학병원 진료를 알아보았으나 초진이 내년 6-7월....

 

아이의 증상을 보면서도 1년을 그냥 보낼수는 없기에

로컬병원을 알아보았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후기가 나쁘지 않은 병원이 있기에 예약하려 봤더니

유치원 하원 혹은 하교 후 오후시간은 거의 예약 마감상태였다.

 

겨우 한자리가 나서 부리나케 예약을 했고,

첫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초진차트 작성할 것들이 많아서 30분 일찍오라는 말에 2시 20분까지 갔는데,

모두 작성하고 나니 3시 20분이었다....ㅋㅋㅋ

여러가지 질문지와 설문지를 엄마가 체크해야하는데,

애매한 답변은 조금씩 생각하며 하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설문지를 마치고 바로 이어서, 아이를 먼저 부르셨다.

병원을 워낙에 두려워하는 아이기도 하고 혼자 들어가는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조금 울음을 보이다가 살짝 진료실 앞에서 의사샘을 보더니 스스로 걸어들어갔다..ㅋㅋㅋ

 

여성분이신데다가 호감형(?)이셔서 안심이 됐나보다..ㅋㅋㅋ

 

 


 

아이가 들어가서 상담하는 10분정도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어떤 상담 & 관찰 결과가 나올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아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색종이를 들고 등장했다..ㅋㅋ

남편도 함께 진료실에 들어가고 싶어했으나 아이가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아서

(사실 기대도 안함)

나 혼자 들어갔다.

 

선생님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펜과 종이를 들고 들어갔는데,

대화에 집중하느라 적을 정신이 없어서 잊기 전에 여기에 정리해서 기록해두려 한다.

 

 

먼저 내가 가장 걱정했던 룽띠의 틱 증상에 대한 내용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 룽띠의 틱증상은 10분여간 상담 중 눈에띄게 관찰되지는 않았다.
  • 주변에서 틱을 인지하고 연락이 온적이 있냐(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아빠도 몰랐었다)
  • 틱은 성인기가 되며 자연스럽게 소거되는 경우가 많다.
  • 틱 증상은 요즘 아이들에게서 정말 흔하다
  • 틱 치료는 없고 증상을 억제해서 아이를 편하게 해주는데 목적이 있으니 너무 힘들어 도움을 요청할때 다시 오면 된다.
  • 소아정신과적으로 틱은 그렇게 serious하게 다루지는 않고 그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를 본다.

 

 

 

생각보다 틱에대한 상담을 저렇게 짧게 끝났다.

원장님은 특별히 눈에띄는 틱 증상을 못 발견했다고 하셨고,

내가 가져간 영상을 보여드리니 "음~으응~"하면서 지켜보셨다.

그렇게 심각하게 이야기하시지 않는걸 보니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그리고 이어서 룽띠의 기질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졌다

 

-> 내가 상담에서 이야기했던 룽띠의 예민하고 민감한 기질을

1) 까치발을 오래든 것

2) 청각자극에 예민해서 헤어드라이기나 핸드드라이어를 극도로 싫어하는 점

3) 팬티가 똥꼬에 낀다는 이야기를 많이하고 여러 감각적 문제로 입면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

4) 한동안 유아기에 밤 일정한 시간에 깨서 울기를 반복했던 점

6)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떨어지기 힘들어하고 낯선 남자나 새로운 환경에서 불안해한 점

5) 규율이나 규칙을 지키는 것에 집착하는 점 

 

 

내가 말한 내용을 토대로 원장님은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 룽띠는 완벽주의적 기질이 있고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아이다.
  • 불안과 긴장도가 높은 아이다.
  • 위험 회피(harm-avoidance) 기질이 강한 아이라 아주 조금이라도 안심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거부하려고 할것이다.
  • 천천히 적응해나가는(slow-adapted) 성향이다.
  • 걱정이나 고민, 불안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에서는 온전히 그 과제에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 자신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성향일 수 있다.

원장님은 상담 시간동안 살펴본 룽띠는 튀는행동을 하거나 문제가 될만한 언행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고,

그래서 어디를 가든 다른 활동적인 아이들에 비해 지적을 받거나 혼이 날일이 많을 것 같지 않은 스타일임에도!

스스로 혼날것에 대한 고민과 불안을 가지고 있는듯 하고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이 10번 혼나서 받는 마음의 데미지를 한 두번의 약한 지적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더불어 그렇게 감각적으로 예민함을 가지고 있고 긴장도가 높기에,

유치원만 다녀와도 

다른 아이들이 '유치원 + 학원'을 다녀와서 받는 스트레스와 피로의 누적과 동량일 수 있다.

오히려 더할수도 있다. 

따라서 유치원에서 휴식 없이 바로 셔틀을 타고 학원에 가는 루틴은 꽤나 많은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들은 

양육환경을 살펴보았을 때, 너무나 일반적인 맞벌이 가정에서 조부모까지 동원된 나쁘지 않은 환경이며

부모와도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가 타고 태어난 기질적인 문제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내게 와닿았는데,

 

이런 경우 아이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시지만
사실상 부모님의 불안을 낮추는 노력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나는 티를 안내려고 했지만 주원이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 몰래 몰래 관찰하려는 눈빛 

나도 모르게 나타나는 나의 통제적인 양육 스타일 

지나치게 남을 배려하게 하고 규칙과 사회적 규범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 등등 

우리도 의도치 않게 전이하는 불안과 긴장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담을 하며 지배적으로 느낀 감정은

이게 룽띠의 문제를 다루는 상담이 아니라, 나의 문제를 다루는 상담같았다.

부모로서의 나가 아니라,

내가 성장해오며 느꼈던 불안과 긴장, 고민의 내용들이 그대로 룽띠의 문제에 투영이 되어 있었다.

나를 작게 만들어놓은 아이가 룽띠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더 잘 알것도 같았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자 남편이 나에게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고 했다.

남편 말대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솔루션을 들은것도 아니고 틱을 소거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은 것도 아니고

솔직히 나랑 남편이 수많은 강의를 찾아 들으며 예측했던 답변을 위주로 들은 것 뿐인데,

 

마음이 많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아이는 과호흡 하듯이 숨을 쉬고 어깨를 들썩이기는 하지만,

이제 "Let it go..."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려 한다.

 

 

넌 반드시 잘될거야.
너를 이렇게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빠 엄마가 있으니까.
우리의 사랑은 너를 곧게 일으켜 세울거야.
기다릴게 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과정을 항상 함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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