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기로 입덧 증상이 스멀 스멀 시작된게 네이버 주수 6주차였던 것 같다.
그땐 밤에 자기 전에 속이 쓰려 두유를 먹고 바로 눕고는 했다.
꼭 전날 술을 엄청 많이 마시고 계속 허기지다 못해 속이 쓰린 기분-
6주부터 시작된 입덧은 8주 6일차인 오늘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뭔가에 집중하면 더 속이 안좋아지는 것 같아 계속 미뤄온 게으름쟁이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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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4일에 처음 병원에 방문해서 아기집을 본 이 후 총 세번의 진료를 받았다.
4주차 이후 6주차에 방문 예정이었지만,
5주쯤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더니 화장실에 가자 정말 새빨간 피가 변기에 뚝뚝 떨어졌다.
그땐 지금보다도 임알못이었지만,
빨간 피는 위험하다는 글을 많이 봤던지라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
원래 다니고 있는 차병원에 전화해보니 그 당시 시간이 12시 30분이라 오후진료까지 기다려야 하고
당일 예약이라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답변,
임신 전에 잠시 다녔던 아이투비에 전화해보니 1시 전에 오면 바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행여 과격하게 움직이면 더 출혈이 심해질까 조심조심 차를 끌고 아이투비로 갔다.
다행히 출혈은 더 심해지지 않았다.
사색이 된 얼굴로 어떻게 접수하고 대기했는지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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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경 원장님을 만나고, 바로 초음파를 시작했다.
아기집이 있기는 잘 있을까,
아기집만 있고 난황과 아기가 안보이는 고사난자는 아닐까,
빨간 혈이 유산의 징조인건가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너무나 다행히 아기집이 4주때보다 많이 커져있는게 보였고,
이제 아기와 난황을 볼차례+
내 눈엔 정말 잘 안보이는데 선생님은 용케도 찾아내셨다.
아기집 오른쪽 위에 희미하게 보이는 꿀봄이:)
아기 형체는 확실히 안보이는데 뭔가 깜빡이는게 발견됐다. 그게 심장이라고ㅠㅠ
"이 정도면 심장소리도 들릴거 같은데?"
하고 몇번의 노력끝에 정말 작게 뛰는 심박동 확인, 이 때가 93bpm인가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소리가 전혀 안들렸고, 선생님은 들린다고 하셨다.
파동도 잡혔다 안잡혔다. 거의 안들리는 수준-
내가 약하게 선근증이 있고 자궁이 큰 편이라 깊이 묻혀있어 더 잘 안들릴거라고 하셨다.
초음파 후, 더 이상의 질 출혈은 없지만 옆으로 피고임이 보이기도 하고,
난소기능저하 진단을 받았던 기왕력이 있으니 유산방지주사를 맞고 가는게 좋을거라고 했다.
빨간 피를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꿀봄이가 잘 있다는 확인을 받고나니
컨디션도 좋아지고 기분도 너무나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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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부터 시작된 입덧 증상에 하루하루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그러다 정기 검진일이 됐고 6월 3일차에 차병원에 방문했다.
맘카페에서 많은 힘도 얻었지만, 계류유산 부터 심정지까지 워낙 다양한 글을 봐서 걱정이 많았다.
특히 출혈이야 멈췄지만 빨간 피는 유산 중에 나타난다는 글이 많았고
무엇보다 5주차에 병원에 갔을 때 본 아기와 심장은
과연 저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미약하게 뛰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총 4번의 초음파 대기 중 이 날이 가장 떨렸던 것 같다//ㅅ//
베드에 눕기 전 촘파 선생님께 지난 주 출혈때문에 다른 병원에 다녀왔고 아기 확인했다고 말씀드렸고
진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초음파를 시작했다.
질촘파가 들어갔을 때 시커멓게 커져 텅비어 보이는 아기집
순간 어찌나 놀랐던지, 겨땀이 주르륵 흘렀다.
잠시 후 선생님이 이리저리 막대를 움직이자 이번에는 5주차에 비해 보다 또렷하게 아기로 추정되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꺄앍 >_<
이제 눈에 보이는 우리 아기의 모습 , 아직은 '배아'가 맞는 말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아기 그 자체다 :)
키는 5.5mm 심박수는 120bpm으로 안정적이라고 하셨고,
네이버 주수인 6주 3일에 맞춰 잘 자라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역시나 자궁 깊이 묻혀있어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깜빡임과 bpm 모두 잡히니 걱정 붙들어 매고 아기가 좀 더 커지면 잘 들릴거라고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보내드리니, 이제 정말 아기 같다고 눈에 보인다며 좋아하셨다 ㅎㅎ
그리고.. 이 때부터 입덧 지옥이 천천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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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차에는 거의 하루 내내 메스꺼운 느낌을 달고 살았다.
그래도 토덧은 아닌듯 했다.
빈속에 속이 많이 울렁거리고 (아주 급작스럽게) 식욕은 전혀 없지만 (먹고싶은 음식 하나 꼽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일단 뭔가 먹기 시작하면 그래도 먹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먹고 나면 속은 잠잠해졌다.
7주차 특징은
1. 먹고싶은 음식이 떠오르지 않는다.
2. 아침보다는 점심이나 저녁 공복에 많이 울렁거린다.
3. 먹고 싶은 음식을 찾기보다는 도저히 못먹을 것 같은 음식을 하나씩 걸러가면서 그나마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찾았다.
그래서 남편이 퇴근할때마다,
쭈꾸미? 국밥? 냉면? 서브웨이? 낙곱새? 동태탕? 김밥? 돈까스? 등등 하나씩 물어보면
그나마 역겹지(?) ㅠㅠ 않은 음식으로 그날 저녁은 당첨되는 식이었다.
7주차에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김치와 라면을 상상만해도 속이 불편했고
6주차에 땡겼던 시원한 냉면도 싫어졌다.
그나마 언제고 먹을 수 있었던 건 본죽과 서브웨이 정도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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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차에 접어들며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식사 후 바로 하는 토가 아니어서 위액이나 거품, 또는 후식으로 먹은 과일의 아주 약간이 올라오는 정도.
밥을 먹기 전에 울렁거리고,
밥을 먹고나서 소화되면서 또 울렁거렸다.
7주차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밥을 먹는 그 순간에도 조금씩 속이 불편하다는 것
그래도 밥먹은 걸 다 토해내거나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는 토덧이 아니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사람은 간사하다고, 토덧이 아님에 감사하면서도 지금 나름대로 너무 힘들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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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 3일이 되는 날 병원 예약이었는데,
그 몹쓸 불안병이 8주 1일째부터 도졌다. 하루종일 인터넷에서 8주 심정지 검색해보고
계류유산 증상 찾아보고 ㅠㅠ 아기한테 너무너무 미안하다.
특히 더 그랬던 이유는 점점 커지고 찌릿하던 가슴 통증도 많이 없어지고
가슴이 5주차부터 커지기 시작해서인지 이제는 커진 가슴에 익숙(?)해져서 ㅋㅋㅋ
자꾸 작아보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_-
그리고 이어 8주 1일부터 배꼽 아래 오른쪽 배가 꾸욱 꾸욱 쑤시듯이 아프기 시작했고
8주 2일이 되던 날 아침,
늘 37.4도-37.6도에 머물던 체온이 갑자기 36.9도로 뚝 떨어졌다.
혼자 별의 별 상상을 하며, 하루 빨리 찾은 병원-
대기실에서는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멍하니 앉아, 될대로 되라 하고 있었다.
뱃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안경이 있으면 참 좋겠다, 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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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를 시작하자마자 아기집과 아기의 형체가 보였다.
1차 안심.
근데 순간 풉 하고 웃음이 난건 아기가 생각보다 많이 커져 있었다.
두 번째 걱정거리는 심장이 뛰는지 확인하는 것.
처음에는 안보이는 듯 싶더니, 확대하자 가슴 부분에 반짝 반짝이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서 게임 끝. 온몸의 긴장감이 확 풀어졌다.
이번에는 추쿠추쿠추쿠 소리도 제법 우렁차게 잘 들렸다.
선생님은 심박수가 176bpm 정도로 어른보다 더 빠르게 뛰는게 정상이라고 하셨고,
팔과 다리는 가시처럼 삐쭉 삐쭉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꿀봄이 키는 2.4cm 네이버 주수로는 8주 2일차인데, 8주 5일차 정도 된다고 하셨다.
도치맘이 되려나 이 모습만으로도 너무너무 귀엽다.
남편에게도 보내주니 그냥 귀여워 죽겠다고 ㅋㅋㅋㅋ
사실 6주차 초음파에서 난황이 조금 찌그러져 보여서 걱정아닌 걱정을 했었는데,
각도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확실히,
8주차 초음파에서는 똥그랗게 예쁜 난황도 확인이 됐다.
아래 꼬리처럼 보이는건 탯줄이라고, 앞으로는 먹는 음식도 좀 더 조심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황 밥그릇 치우고 엄마한테 영양분을 받게될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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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카페에 보면 아기가 잘 있을까 불안해하는 예비맘들에게
그러지 말고 병원 가서 확인해보라는 조언이 많은데, 진짜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이 날은 아침부터 몸이 부서질 것 처럼 아팠는데 꿀봄이를 만나고나서는 씻은듯이 나았다.
입덧도 죽을만큼 힘들지 않고,
뭔가 활력이 돌아 후배랑 저녁까지 먹고 집에 들어왔더랬다.
남편도 확실히 꿀봄이 보고 오더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좋아했다 >_<
아직까지는 약발이 들고 있는 것 같다.
다음 검진은 3주 후 ㅠㅠ 2주 기다리는 것도 너무 길고 힘들었는데, 그 사이에 병원을 안가고 내가 잘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좀 더 담대하고 씩씩한 엄마가 되기위해 노력해봐야겠다.
* 이 글을 쓰는 지금은 8주 6일....
입덧이 좀 더 심해지고 있다. 수박 맛있게 먹고 토하고,
입덧에 좋다는 새콤달콤을 입에 넣자마자 헛구역질 작렬..
토와 헛구역질을 떠나서 1분 1초가 울렁 울렁 메스껍다.
지금 토하려면 언제든지 토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처럼...
9주차가 입덧 피크라는데 하루하루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꿀봄이 사진 화장대에 딱 붙여놓고, 마인드 컨트롤 해야겠다-
아기야, 너가 건강하게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겨내볼게
우량아도 좋으니 지금처럼 하루하루 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다오오오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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