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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다니!/룽띠 임신 일기

서울대병원 유도분만 후기 1편 [#과다출혈 #혈종 #수혈 #자궁감염]

by 룽띠맘 2020.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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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출산 +81일

꿀봄이가 자는 동안 어제 남편이 사온 순댓국 남은 국물에 현미밥을 급히 말아먹고,

솔가 비타민 한 알과 오메가3 한 알을 털어넣고 뜨거운 물에 바싹 말린 생각 하나 넣어 컴퓨터 방으로 왔다.

내가 출산 전에는 절대 먹지 않았던 것들이다.


아직도 내 몸은 열심히 회복중이고

나는 더 잘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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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출산과 산욕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과연 다시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더랬다.

아기를 조리원에 떼놓고 혼자 병원에 입원해서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던 2주동안,

휴대폰을 들 힘이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팠음에도 하루종일 나와 같은 산모는 없는지 내 증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생기지 않으면 좋겠지만, 회복과정에서 나같은 증상을 경험할 산모들을 위해 글을 작성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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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유도분만, 생각보다 쉬운데?



2019년 12월 9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으로 출발하기 전 준비하며 찍은 마지막 만삭사진이다.

서울대병원은 유도분만 하기 전 날 오전 11시 - 오후 1시에 입원하라고 하는데,

블로그 후기를 뒤져보니 선착순 배정이니 일찍 가면 좋다고 하여 11시에 딱 맞춰 갈 생각으로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


샤워하고, 출산가방 정비하고, 집도 깨끗하게 치우고 소파에 앉아 둘러보니

이제 행복해고 벅찼던 임신기간이 곧 끝난다는 생각에 뭉클했다.

임신 기간 동안 집에서 남편과 행복하게 보냈던 생각들이 마구마구 스쳐지나갔다. 





두유 한 개를 챙기고, 주인을 기다리는 바구니 카시트를 차에 장착하고나니 이제 정말 출발할 시간!

이제 이틀 후면 저 속에 우리 꿀봄이가 꼬물거리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 두근 ◡̈



병원에 도착하니 11시 40분쯤 됐던 것 같다. 

생각보다 늦어진 시간에 조급해서 캐리어, 개인가방 남편 가방, 남편 이불까지 챙겨 부리나케 분만장으로 올라갔다


분만장에 올라가니 간호사샘이 난처한 목소리로 이름을 적어두고 점심을 먹고 오란다.

나보다 먼저 온 산모들이 앞에 많은데, 들어갈 병실이 없어 다들 되돌려 보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바로 뭐가 될리가 없지 서울대병원이 .. ㅋㅋ 

몇시까지 오면 되냐고 물어도 특별한 대답이 없어 그냥 천천히 들어오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무거운 짐을 다시 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병원이 크긴 엄청나게 크고 사람이 많아 엘레베이터 빈 자리 찾기도 어려웠다.

결국 양손에 들고 질질 끌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 tip : 주차 후 분만장에 꼭 전화해보고 올라갈 것! 병실이 없어 되돌아올 확률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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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산 전 마지막 만찬이 될 것 같은데, 뭘 먹어야 잘먹었다고 소문날까 고민하다가 혜화역 뒤에 있는 등촌 샤브샤브에 갔다.


약 한달 전에 버섯매운탕 칼국수가 너무 먹고싶었는데 그 날 하필 비도오고 날이 추워 꾹 참았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꿈을 펼치듯 고기 추가해 3인분 먹고 칼국수에 볶음밥까지 비벼 먹었다.


병원에 들어가는 길에 아쉬워서 당분간 못먹을 스타벅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러 들어갔는데, 분만장에서 전화가 왔다. 

캐롤도 좋고 트리도 예뻐서 데이트 좀 하다 들어가려 했는데 아쉽지만 부리나케 걸었다. 

만삭 임신부는 남들 걷는 속도의 2배가 더 걸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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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장에 올라가니 내진과 초음파 그리고 태동검사를 하자고 했다.

간호사샘은 아직도 병실이 안나왔고 앞에 대기도 많다며, 어쩌면 오늘 집에 돌아갔다가 내일 새벽 일찍 다시 와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말 김이 팍 새는 기분.. 한편으론 병실에서 자는 것보다 우리집 푹신한 침대에서 자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오락가락 했다.

두번째로 해보는 내진 엄청 긴장 됐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게 해주셔서 참을만 했다.

내진 중에도 태동은 엄청나고 아직 자궁문은 1도 안열려 있단다 ◡̈ 꿀봄아 너 참 대단하다 ㅋㅋ



초음파 결과 꿀봄이는 '매우 크고' 위치가 좋고, 심장은 잘 뛴다고

'매우 큰데' 자연분만이 진실로 가능한거냐고 묻자,


"가능하다고 판단이 돼서 교수님께서 자연분만 시도해보시는 걸거에요, 물론 아기가 커서 수술 준비는 다 해뒀어요"


롸? 그 말은 오만 진통 다 겪고 응급제왕으로 넘어가 수술하는 케이스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마지막 외래 중에 웃으시며 "나도 모르지 해봐야 아는거지" 라고 하셨던 교수님 말씀이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는 이야기? ㅋㅋㅋ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앉아있는데 다른 간호사샘이 와서 다행히 1인실과 2인실 병실이 났는데 내 앞 순서의 산모가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내려가서 차 한 잔하고 있으면 전화를 주겠단다.


부디 내 앞 산모가 1인실을 선택하길 바라며 남편과 병원 지하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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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은 주차 지원이 너무 빈약하다.

입원과 퇴원 당일만 4시간 무료인가? 그래서 차를 빼둬야했다.

다행히 친정아빠가 근처에 계셔서 차를 가지고 집으로 가주셨다.

* tip : 주차 정기권도 있고, 종로 쪽 건물에 대거나 월요일에 경복궁에 무료 주차하는 방법도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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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금방 금방 분만장에서 전화가 왔다.

내 기대와는 달리 앞 산모는 2인실을 선택했고 남은건 1인실 뿐이란다.

서울대병원 1인실은 1박에 45만원인데 그 정도 지출을 하면서 구식 병실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또 당시에만해도 내가 이렇게 고통받을지 몰랐기에, 1인실은 너무 부담스럽다 했고, 좀 더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1시간쯤 지났을까, 병실이 또 났다고 전화가 왔다.

설명을 듣다보니 그 병동은 간호사 샘들이 전문적으로 간호 업무를 해주는 곳이라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다고 한다.

첫 출산이고 혼자 있기는 싫어서 패스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안된단다.

그때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어서 언제 또 병실이 날지 모르고 원하는 조건에 맞춰드릴 수 없다고-

그래도 너무 싫어서 간절히 부탁드리니 그럼 다음 산모에게 물어보고 전화를 해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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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본관 3층에 있는 부인과 35 병동 6인실에 자리를 잡게 됐다.

*돌이켜보면 이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차라리 보호자 상주가 안되는 4인실이 나을뻔했다.


아직 자리 정리가 되지 않아 간호 스테이션에 짐을 맡겨두고 키와 몸무게를 재고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후에는 3대 굴욕 중 하나라는 제모를 하러 처치실로 호출됐다 ㅋㅋ

근데 사실 나는 간호사샘들이 제모해주시는 것에 대한 반감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간호사 샘들은 이런 일(?) 까지 하는구나 하고 새삼 존경스러웠다.


제모를 하고 한결 홀가분하게(?) 병실로 짐을 옮겼다.

하필 내 자리가 내부 화장실 바로 옆자리였는데 커튼을 완전히 쳐서 가려도 물 내리는 소리, 용변보는 소리, 세면대 물 쓰는 소리가 

너무 적나라하게 다 들렸다. 정말 너무 싫었다.

나는 여행을 가던 카페를 가던, 하여튼 뭘하던 화장실의 위생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건물이 구식이다 보니 화장실도 별로고 환자 6명에 보호자 6명이 같이 사용하다보니(본래 보호자는 쓸 수 없는데 다들 쓴다)

너무 찝찝했다. 


남편도 많이 불편하다며 간호사샘께 2인실 자리 나는데로 옮겨달라고 수차례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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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정맥주사팀에서 라인을 잡으러 오셨다. (이건 다음날 수액맞는 사진)

왜때문에 내일 출산하는데 전 날 저녁부터 주사바늘을 달고 있어야되는지 슬펐다 ㅠㅠ

이 땐 꿈에도 몰랐다. 이후 2주라는 시간동안 이 주사바늘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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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가 나왔는데 도무지 먹고싶지가 않았다. 

계속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사다달라고 했다. 

멍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전종관 교수님이 나타났다.

흑흑 교수님 얼굴을 보니 좀 안정이 됐다.


"교수님 저 아까 초음파에서 아기 4.2키로 라는데요, 낳을 수 있"

"해봐야 알지 안해보고 어떻게 알아 잘해요"

하고 그렇게 .. 그렇게 쿨하게 떠나셨다..ㅋㅋㅋㅋㅋ



현타와서 앉아있는데 간호사샘이 쪼맨한 질정제를 주셨다.

8시 반쯤 분만장 가서 질정제를 넣고 오라고 했다.

이 알약 넣고 바로 진통오는 산모들도 간혹 있다고 해서 긴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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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멀리 나가 사온 샌드위치  ◡̈

임신 중에 멀리했던 콜라도 마음껏 마셨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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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입원 전날까지도 제발 유도분만하기 전에 진통 걸리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꿀봄이에게 유도분만 전에 나와줘, 내려와줘 매일 이야기했다.

분만일 잡고 나서는 집에서 걸레질도 하고 쪼그려 앉기도 과감하게 하고 했는데 약간씩 가진통 오는거 외엔 기미가 없었다.

알약도 먹었겠다 하루 전이라도 많이 움직이면 꿀봄이가 자연 진통 걸려 나올까 싶어

남편에게 병원 안에서 좀 걷자고 했다.

남편이 아기 낳으러 가서 병실에서 신으라고 사준 삼선 슬리퍼 신고 여기저기 걸어다녔다.

1층 매점에 들렀는데, 모카치노를 보니 대학시절이 생각나 냉큼 하나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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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없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우리 남편

하필 정산일이 출산일이랑 딱 겹쳐서 좁은 보호자 침대에서도 열심히 일했다. 고마워 남편-

멀뚱멀뚱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다 출산후기 검색하고 있는데 

간호사샘이 와서 하이베베 같은 걸로 아기 심장박동 소리도 확인하시고 혈압, 체온 계속 체크하셨다.

나가시면서 밤 12시부터 금식이니까 그 전에 드시고 싶으신거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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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장에 가서 질정을 넣고 오니 1층 영상의학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했다.

엑스레이 찍고오니 심전도 검사하러 올거니까 기다리란다.

아놔 나 뭐먹으러 가야되는데 언제가란말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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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편이 밤 10시쯤 혜화역 포장마차 골목으로 떡볶이를 사러갔다.

그 사이에 심전도 검사하러 올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안온다ㅠㅠ

떡볶이에 튀김이라 냄새가 많이 날 것 같아서 그리고 그제서야 느낀건데,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일찍부터 잠든다.

밤 10시인데도 병실에 불이꺼지고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드문드문 개인 조명만 켜져있었다.


남편이 1층 로비에서 먹자고 기다리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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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20분이 됐는데도 심전도 검사하러 안온다 우씨

간호사샘이 혈압 체크하러 들어왔길래 나 12시 금식 전에 뭐먹어야된다고

남편이 떡볶이랑 튀김사서 1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어떻게 하냐고 30분 남았다고 

진상을 부렸더니 ㅋㅋㅋㅋ 그 맘 이해한다면서 심전도 샘에게 전화를 걸어 재촉해줬다. 진짜 엔젤 ㅋㅋ


11시 35분이 돼서야 심전도 샘이 왔고

그 뒤에 기다리다 지친 남편이 같이 들어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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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도는 5분도 안돼서 끝났고 11시 40분!

금식 20분 전에 우리는 대기실로 달렸다 ㅋㅋㅋ 




내일 벌어질 일은 꿈에도 상상못한 채 

KFC 닭다리 뜯는 나새끼..

모든게 지나간 지금 보니 너무 웃픈 사진이다.


아무튼 둘이 내일 만날 꿀봄이를 생각하며 맛있게도 먹었다.

추운 날 밤 남편의 정성이 느껴져 더 맛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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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 12시 30분에 잠들었는데

내 옆에서 미칠듯한 사운드로 코고는 옆 환자 보호자님과

거의 3시간 간격으로 들어와 태동검사와 혈압 체크해주시는 간호사님들 덕에 거의 한숨도 못자고 관장을 했다.


관장부터는 다음 글에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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