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ootwodiary.tistory.com/52
나와 커튼 한 장을 두고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옆 환자 보호자의 코고는 소리때문에,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세면대 물 흘러가는 소리때문에 거의 한 숨도 못자고 새벽 5시가 되었다.
보호자 침대는 훨씬 낮아 바닥과 가깝고, 화장실 세면대와 더 가까웠으니 남편도 못잤을터-
둘 다 몽롱한 상태로 멀뚱 멀뚱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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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가장 걱정했던 관장 타임이 왔다 ㅋㅋ (어쩌면 이 것때문에 잠을 못잤을 수도 있다)
대장내시경 전 날, 약을 마시는 방법으로 대장 청소를 한 적은 있지만 항문을 통한 관장은 처음인지라 너무너무 긴장됐다.
무엇보다 후기를 보니 다인실을 쓰면 관장 후 쏟아내는(?) 소리가 너무 적나라하게 들려 남편에게 민망했다고 해서 매우 신경이 쓰였다.
못볼 꼴 다 보인 사이지만 그래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ㅜ_ㅜ
간호사샘이 주사기처럼 보이는데 약을 담아왔고 옆으로 눕게 한 다음 항문에 약물을 쭉 넣었다.
유도분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편은 우비같은 비닐을 뒤집어 쓰고 나타났고, 나의 부탁대로 고프로를 들고 들어왔다.
태동검사 기계에서 숫자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길래 검색해보니 그게 통증의 강도를 말한다던데,
나중에 물어보니 그건 통증과 딱히 비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확실히 (내가 그 기계를 들여다 볼 정신이 있을때까지) 숫자가 올라가면 통증이 심해졌다.
간호사 샘이 와서 이제 촉진제 넣겠다고 했고,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서 아기 상태보면서 점점 높여가겠다고 했다.
너무 무서웠다 정말 ㅠ_ㅠ(근데 이때만해도 뭘몰라서 그냥 와>_< 무섭다 정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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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제를 넣자 조금씩 느낌이 왔다.
싸한 생리통에서 시작해서 점점 강해지는 통증..
하늘을 바라보고 누우면 너무 아파서 자꾸 돌아눕게 됐다. 옆으로 눕는게 편하면 옆으로 누워도 된다고 했다.
그 와중에, 임산부는 왼쪽으로 누워야 아기에게 산소공급이 잘된다는 말을 떠올리고 왼쪽으로 누웠다.
꿀봄아 너도 힘들지,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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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즈 호흡을 그렇게 강의듣고 연습했는데, 호흡이고 뭐고 그냥 온 몸이 경직되고 바들바들 떨렸다.
그래도 남편이 계속 옆에서 호흡 뱉어라 숨쉬어라 이야기해줘서 간헐적으로 ㅋㅋ 호흡을 할 수 있었다.
호흡을 하지 않으면 아기도 힘들어한다는 간호사샘 말을 듣고 애써 호흡을 하려 하는데 너무 아파서 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점점 강력크한 생리통 같은 통증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큰 일을 보고싶은 느낌이 같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계속 화장실 가고싶다고 하고 간호사샘을 호출했다.
인터넷에서 보면, 똥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출산이 임박한거라고, 그럴때 함부로 화장실가면 안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간호사샘이 자궁문이 3cm도 안열렸단다. 다녀오라고 했다.
그런식으로 화장실을 총 4번인가 갔는데 응가는 나오지 않았다(당연하지)
아마도 아기가 조금씩 내려오면서 자궁이 장과 항문을 자극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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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화장실에 갈 때는 일어나는데만 거의 3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그렇게 아픈데도 굳이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려던 이유는 정말 응가가 나올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 앞에서 응가를 지릴 수는 없었다 ㅋㅋㅋ(아직 덜아팠음ㅋㅋ)
그렇게 우기고 우겨서 링거를 끌고 남편에게 부축받아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았는데
정말 쓰러질 것만 같았다. 너무 아팠다 ㅠㅠ 한참 겨우 정신을 붙잡고 이번에도 아니구나 일어서는데 갑자기 미식거리며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남편에게 토할 것 같다고 소리쳤고
간호사샘이 노란 비닐 봉투를 들고 뛰어오셨다 (진상 가지가지 했다 ㅋㅋ)
몇번 구역질을 하고 먹은게 없으니 토는 나오지 않았다.
자리로 가려는데 바닥에 빨간 피가 뚝 하고 한방울 떨어졌다.
꿀봄아! 그렇게 안내려오더니 이제 너가 나오려고 하는구나!
피를 보고 반가워 하긴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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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너무너무너무 말랐다.
지난 밤 12시부터 금식하면서 물도 못마셔서 그런지 별명이 하마인 나는 갈증이 너무 심했다.
임신 중에 하루에 거의 1.5리터씩 물을 마셨는데말이지..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병원 산모교실에서 얼음은 먹어도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교육해주신 간호사샘이 남편에게 얼음을 얻어다 달라고 하라고, 미리 얼음 가져다 놓는 남편은 100점 남편이라고 했던게 떠올랐다.
저 얼음이 얼마나 구세주 같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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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계속되어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
만삭 때 서울대학교 병원 산모교실에서 강의를 해주셨던 분만실 간호사샘이 나타나셨다.
나를 기억하면서 애 낳으러 왔냐고 안아주셨는데 정말 눈물날 뻔 했다.
내가 너무 아파하니 앉아서 베개를 껴안고 있는 자세로 바꿔보라고 알려주셨다.
사실 유도분만이 힘든 이유는 꼼짝없이 누운 자세로 있어야해서인데 이 간호사샘은 여러 자세를 시도해보라고 하셨다.
앉아서 앞으로 구부린 자세는 시도하려고 해도 되지가 않았다 배가 너무아파 ㅠ_ㅠ
아까 화장실갈 때 일어서서 상체를 구부리니 좀 덜 아팠던 것 같아서 일어나겠다고 떼를 썼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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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잠시 일어나있으라고 허락해주셨고, 태동검사기기를 떼고 일어나 남편 가슴팍을 붙잡고 나무늘보처럼 매달려있었다.
그냥 기분 탓이었다.. 1분도 안돼서 더 강력한 통증이 찾아왔고,
무엇보다 계속 내진을 하러 들어오는 통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내진,,, 3cm에서 한참을 머물러있던 자궁문은 5cm부터 빠른 속도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촉진제를 최고강도까지 다 넣었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안난다.
진짜.. 정말 딱 혀깨물고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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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전종관 교수님이 들어오셨는데 나와 함께 진통하는 내 옆 베드의 산모 한명을 슥 보시더니
"응 아직 덜아팠네 표정보니까~ 더 아파야되"
하고 .. .. 나가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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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말이 맞았다 ㅋㅋㅋ
그 때 아픔은 아픔이 아니었다.. 출산 전까지는 자궁문이 열리면 막 뼈가 벌어지는 느낌이 들고 치골이 아플것 같고 그랬는데
그냥 배가 찢어지게 아팠다. 이건 생리통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고 그냥 난도질 당하는 기분이었다.
중반부터 의사샘들과 간호사샘들이 '통증 갔어요? 지나갔어요?' 하고 물어보는데 난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냥 계~~~~~~속 아팠다. 블로그 후기에서도 몇초 아프고 몇초 살 것 같고 한다는데
나는 그냥 계~~~~~~~속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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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나와 같이 죽어가던 산모가 무통을 신청했다.
마취과 교수님이 오고 계신다고 했다. 나한테 맞을거냐고 하길래 무조건 맞겠다고 했다.
난 사실 무통주사를 안맞아 볼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남들 다 하는 출산이고 옛날에는 그런 주사도 없이 다 아기 낳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냐, 아기한테 조금이라도 영향이 갈거 같은건 안해야겠다 했는데
안맞으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통증에 빨리 맞게 해 달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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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진을 하러 왔다.
주치의 샘이 내진을 하려고 손을 쑥 넣어 요래 조래 만져보는 순간,
뭔가 툭 하는 느낌과 함께 따뜻한 물이 다리 사이로 흘러나왔다. 양수가 터졌다.
의사샘들은 "양수(뭔가 의학용어로 말한 것 같다)" "아 오늘 다 터지고 시작하네"라고 했다.
양수가 터지면 통증이 극에 달한다고 들었는데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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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다. 진짜 일부러 그러는건가.
대학병원은 뭘 하나 신청하면 드릅게 늦게 온다.
마취과 교수님이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나 진짜 죽을거 같은데
수술하고 싶어 나 진짜 그만하고 싶어 이 말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남편은 옆에서 호흡하라고 계속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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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교수님이 오셨고, 사실 그땐 마취과 교수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교수님이 여성분인 것도 나중에 알았다 ㅋㅋ)
옆 산모가 먼저 시작해서 먼저 해줘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백년 같았다...
무엇보다 허리에 주사바늘을 넣는 그 과정을 너무 적나라하게 듣게 돼서 너무 힘들었다
드디어 내차례가 왔고 옆으로 돌아누워 몸을 구부리라고 했다.
후기를 보니 이게 그렇게 힘들다던데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새우등을 만들었다 ㅋㅋㅋㅋㅋ 빨리놔줘요
침대 난간을 붙들고 덜덜덜덜 떨면서 무릎을 콧구멍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등을 말았다 ㅋㅋㅋ
이제 나 안아프겠지, 무통 천국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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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옆 산모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졌다. 진짜 놀랍다 무통의 효과는
무통 주사액이 들어갈 때 허리가 뻐근하고 뭐 그렇다던데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배가 미친듯이 아팠다 . 침대에서 아주 차가운 톱날이 올라와 내 배를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무통을 맞고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는데 배가 계속 아팠다.
마취과 교수님도 어때요 좀 나아졌어요? 묻는데 아니요 전혀 안나아졌어요.
그냥 계속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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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가 무통발이 안든다는 그 산모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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