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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다니!/룽띠 임신 일기

서울대병원 유도분만 후기 3편 [#과다출혈 #혈종 #수혈 #자궁감염]

by 룽띠맘 2020. 3. 8.



그렇게 무통은 전-혀 1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나는 쌩으로 진통을 견뎌야만 했다.

몇시간 전 까지만해도 고프로를 찍던 남편은 어느샌가 옆에서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나와 함께 호흡을 하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득-한 꿈만 같은데,

남편이 계속해서 여보 숨 쉬어, 숨 뱉어, 호흡해! 하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진통할때 남편이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열받는다는 후기를 많이 봤던 것 같은데

난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그냥 무시 ㅋㅋㅋㅋ 너무아파 ㅠㅠ


까마득한 진통을 견디다보니, 간호사샘들이 말한 것 처럼 진통이 왔다 갔다하는 패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중-강-중-강-강-중 이었다면,

이 때부터는 약-최강-약-최강-약-핵최강 의 고통이왔다. (이건 단지 체감상)


정말 이러다 딱 죽겠구나 싶은 순간이 오자,  의사샘들이 힘주기를 시작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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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즈 호흡법이고 뭐고 됐고, 기억할 껀 진통이 오기 시작할 때 숨을 크게 들이마쉬고 아기를 밀어내며 10초 참기 다,

다른 호흡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서울대 분만실에서는 그렇게 시켰다.

힘을 주고 거의 졸도할 지경으로 누워있으면 다시 아랫배가 쥐어짜면서 찢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시작되는데

그 때 양 무릎을 잡고 숨을 마신 다음 밀어내며 10초를 참는다.

그럼 신기하게도 통증이 1/3정도만 느껴졌던 것 같다.


근데 이 타이밍을 놓치고 진통이 시작되어 버리면, 그때는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강의 고통이 찾아온다.


"힘 줘야 안아파요!!"라고 외치며 함께 10을 세줬던 간호사샘들과 레지던트 의사샘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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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힘은 빠져갔고 이제는 어디에다 힘을 줘야하는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의사샘은 아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꿀봄아 너 나오려고 하는구나!! 


이 때 더 힘을 잘줘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내가 항문에 힘을 주는건지 뭔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모든 힘을 똥꼬에 집중했다.

어떨 땐, "힘 잘 줬어요" 하셨고 어떨 땐 "거기 아니에요" 하셨다.


이걸 연습이라도 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임산부 요가를 다니며 호흡 연습을 수도 없이 했지만 힘을 집중하는 곳에 대한 인지는 실전에 가봐야만 알 수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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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문이 다 열렸고 이제 낳으면 된다는 소리에 마음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나 이제 다 끝났나봐' 

(이후에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은 생각도 못한채.....)



당시 서울대학교 분만장이 공사중이어서 였는지 모르지만, 다른 분들 후기를 보면 침대가 트랜스포머처럼 변했다던데

나는 베드를 이동해 교수님이 아기 받아주시는 곳으로 갔고,

심지어 가서 분만 의자로 이동까지 했다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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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옆에 있던 남편은 옆에 없었고,

간호사샘들이 내 다리 부분에 소독약을 바르고 각종 천과 거즈를 대고 있었다.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뒤 이어 남편이 머리에 비닐봉다리 ㅋㅋ를 뒤집어 쓰고 따라 고프로를 들고 따라 들어왔다,

남편은 내 머리 위에 서서 힘 주기를 도와줬고 교수님은 내 밑에 위치하셨다.

교수님이 오시고 나니 진짜 몸에 기운이 확 나면서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엔돌핀이 분비되는 기분이었다 ㅋㅋ


교수님은 "엄마 다됐어 다 나왔어 이제 힘 세번만 주면 나올거야" 하셨고

교수님 말씀대로 많아봐야 다섯번의 호흡만에 꿀봄이가 세상에 나왔다. 


세번쯤 힘을 줬을까, "아기가 크니까 좀 많이" 하시면서 교수님이 회음부를 절개하는 소리가 났다.

'툭' 

아 잘랐구나 싶었다 ㅋㅋ

신기하게도 통증은 1도 없었고 그냥 작은 바지 입었을 때 바지가 뜯어지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그 순간 두명의 간호사가 내 배위에 올라타 (내가 느끼기엔 거의 올라탔음 ㅋㅋ)

손으로 배를 미친듯이 누르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기엔 주먹으로 막 밀어재끼는 통증이었음)

사실 진통보다 간호사샘들이 누르는 배가 더 아팠다 ㅠㅠ


교수님은 '자 진짜 다 나왔어! 한 번만 더 힘줘!'라고 하셨고

있는 힘을 다해 호흡을 참고 10초동안 힘을 줬다.


"아기 머리 나왔어 엄마, 한 번만 더 힘줘 다 됐어" 

'응? 아무느낌이 없었는데 머리가 나왔다고?' 

(순간 내 소중이 아래로 아기 머리만 뿅 나와있는 그림을 상상하고 소름돋음;)

"자 한 번만 더 힘줘!"

"아~흡!!!!!!!"(간호사 샘들은 내 배를 미친듯이 누르고 남편은 땀을 뚝뚝 흘리면서 내 양 손을 부여잡아줬다)


그러자 뭔가 꾸우우우우우우우울럭 하는 느낌이 들면서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교수님이 "이제 힘 빼, 엄마 힘빼" 하는 소리를 듣고

온 몸을 릴랙스 했다.


전종관 교수님이 웃으시며 "이렇게 힘 잘빼는 엄마 처음보네" 하셨다.

그와 동시에 내 귀에는 

"응애!!응애~!!"

...꿀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지..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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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고생했다고 연신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교수님은 이제 곧 태반이 나올거라고 알려주셨다.

호로로로로로로록 하며 태반이 빠져나가는데 솔직히 나는 아기 낳는 것보다 태반 빠질때가 더 시원했다>_<

남편은 바로 호출되어 탯줄을 자르러 한 구석으로 갔다.

간호사샘의 지시에 네 네 대답하는 남편의 목소리에서 기쁨과 감격과 감동의 감정이 묻어났다.



꿀봄이가 어찌나 크게 울던지,

교수님과 간호사 샘들 모두 신기하다며 칭찬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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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꿀봄이가 보고싶었다.

나중에 고프로로 확인해보니, 아기는 먼저 간호사샘들 선처치 후에

남편에게 보여졌고 남편이 한쪽 선반에서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 간호사샘은 꿀봄이를 속싸개로 동여매 내게 보여주셨다.

양수 속에서 퉁퉁불어, 그리고 유도분만으로 많이 힘들었을 아기가 내게 왔고

엄마 냄새를 맡게 해주신다며 나의 유두 부분에 아기 코를 대주셨다.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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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남편이 나가고 회음부 봉합이 이루어졌다.

이 때 많이 아팠다는 후기가 꽤 됐는데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다만, 교수님께서 봉합해주실 줄 알았는데 내 주치의 샘이 봉합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교수님께서는 오후 4시에 강의가 있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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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지옥같은 시간의 시작이었으며,

나중에 그렇게 큰 문제를 가져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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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49분에 꿀봄이를 출산한 내가,,, 병실에 돌아간 시간은 새벽 1시였다........